故 구하라 씨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진행되는 두 개의 재판. 생모와 상속재산분할소송과 최종범 사건입니다.
7월 23일에 방송된 JTBC<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TV>에서 이 두 재판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불법 촬영물과 최종범 사건, 지금 요약해드리겠습니다.
故 구하라, 전남친 최종범 '몰카협박' 폭로 이유? "같은 피해자들 위해"(스포트라이트) - 싱글리스
故 구하라가 끝까지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 싸우고자 했던 이유가 공개됐다. 23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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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행, 협박, 그리고 불법 촬영 혐의

구하라 씨와 최종범 씨의 다툼으로 시작된 사건. 하지만 이 사건의 시작과 끝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구하라 씨는 최종범 씨로부터 문자로 사진과 동영상을 받았고, 언론사에 제보하겠다는 것을 전달받았습니다. 그리고 실제 최종범 씨는 이후 디스패치에 구하라 씨와 관련된 사진과 동영상을 제보하겠다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소속사와 주변 지인들은 동영상, 사진과 관련된 내용은 이슈화하지 말 것을 권유했지만, 구하라 씨는 자신과 같은 사건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길 원했습니다.
그렇게 최종범 씨의 폭행, 협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 혐의를 가리는 재판은 시작되었습니다.
2. 1심, 2심 재판 결과와 앞으로 남은 대법원판결
그런데 재판은 피해자가 예상하지 못한 형태로 흘러갔고 많은 사회적인 논란을 낳았습니다.
1) 1심 재판 결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와 같습니다. ① 피고인과 피해자가 교제하기 시작한 점, ② 피해자가 사진 촬영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제지하지 않은 점, ③ 피해자가 사진을 즉각 삭제하지 않은 점이었습니다.
재판 결과만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동영상 촬영, 사진 촬영의 책임을 오히려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피해자를 배려하지 못한 판사의 동영상 확인 등 많은 논란이 발생했습니다.
오덕식은 구하라 영상 꼭 봐야했나···작년 7월 법정선 무슨 일
오 판사 제안에 구씨 변호인이 강력히 반발했던 것은 사실이다. 구씨의 변호인은 "아무리 비공개라도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다시 재생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역시 2차 가해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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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재판 과정과 재판의 결과로 피해자는 큰 충격을 받았고, 오래 앓고 있던 우울증은 더욱 심해지게 되었습니다.
2) 2심 재판 결과: 징역 1년, 법정구속
7월 2일, 2심 재판이 열렸습니다. 안타깝게 피해자는 세상을 떠나 유족인 구하라 씨 친오빠 구호인 씨가 참석하여 재판은 진행되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동영상, 사진 협박으로 느낀 공포감과 두려움이 심했던 것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연예인인 피해자에게 동영상, 사진 유출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할 것을 알고도 협박의 용도로 이용한 피고인의 죄질 또한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2심 재판부는 원심과 달리 최종범 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원심과 마찬가지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구하라 유족 측 "최종범 불법촬영 무죄, 가해자 중심 사고"
"징역 1년의 관대한 형량 납득 안돼…검찰 상고 바란다"'구하라 폭행·협박' 최종범 2심 징역 1년…법정구속(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가수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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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법원 판결 예정
2심 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1년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피해자 유족 측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재판부는 피해자 보호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오히려 가해자에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이었습니다. 피해자가 삭제한 영상을 복구한 점,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된 사진 등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들이 남아있음에도 무죄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리고 최근 불법 촬영물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범죄는 그 위험성이 매우 높아 징역 3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있음에도, 징역 1년이라는 관대한 형을 선고한 것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구하라 협박한 최종범, 대법원 간다…검찰 상고
1심 판결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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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유족 측은 검찰에 상고 의견을 피력하였고 검찰은 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7월 8일, 상고장을 제출했습니다. 이제 최종범 씨는 대법원 판결을 받게 됩니다.
4. 동영상 촬영, 사진 촬영과 피해자의 동의 여부
다시 사건을 거슬러 동영상 촬영과 사진 촬영의 사실 여부, 그리고 피해자의 진술을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1) 동영상 촬영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합의하여 동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그러나 촬영 이후 피해자는 동영상 삭제를 원하였고 직접 피고인의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피해자는 재판에서 동영상을 삭제할 생각을 했느냐는 피고인 변호사의 물음에 "삭제를 직접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직접 삭제한 동영상은 어떻게 다시 복구되어 협박의 용도로 사용된 것일까요?

아이폰은 파일을 삭제하더라도 30일 내에 다시 복구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은 이런 아이폰 특성을 악용하여 피해자의 동의 없이 동영상을 다시 복구시켜 놓았습니다. 복구시킨 동영상으로 다툼 이후 피해자에게 문자로 발송했고, 언론사에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제보한 것입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 직접 삭제를 했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 복구된 동영상이 과연 '동의'에 의한 촬영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대단히 큰 의문이 있습니다.
2) 사진 촬영
동영상과 함께 협박 용도로 사용된 사진은 피해자의 뒤 나신이 찍힌 사진이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진 촬영 소리를 들었고, 사진을 바로 삭제하지 않겠다는 점에서 사진 촬영에 동의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사진 촬영 당시 촬영 동의를 하지 않았고 사진을 본 뒤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을 일관되게 진술했습니다. 피해자가 당장 사진을 삭제할 수 없었던 것은 사진이 피고인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여행 중 사진으로 다투게 된다면 혹여나 예상치 못한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여행이 끝나고 추후에 삭제하려 했습니다.
3) 피해자의 침묵과 묵시적 동의
구하라 씨 유족 측 변호사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피고인과 피해자가 연인 관계였다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다른 가정 폭력 사건과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도 나타나는 이런 재판부의 태도는 여전히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종언 변호사는 더이상 피해자가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행동을 묵시적 동의로 보아서는 안 되며 가해자 중심의 사고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5. 성범죄의 처벌 기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이하 "반포등"이라 한다)한 자 또는 제1항의 촬영이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한 경우(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경우를 포함한다)에도 사후에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등을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영리를 목적으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이하 "정보통신망"이라 한다)을 이용하여 제2항의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⑤ 상습으로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범죄의 여부는 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였는지, ②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했는지, 두 가질 사실로 범죄 여부를 가려야 합니다.
그러나 최종범 사건을 비롯한 많은 성폭력, 불법 촬영 사건에서는 촬영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넘기며 '왜 거부를 하지 않았는지, 더 강하게 항의하지 않았는지, 바로 신고하지 않았는지' 등의 질문이 여전히 재판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인 N번방, 손정우 사건 등 불법 촬영 사건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더 두려운 이유는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양형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사건은 평균 10명 중 3명만이 법정에 서게 되고 기소가 되더라도 70%는 벌금형에 그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약한 형벌을 받은 판례가 남아 앞으로 많은 사건이 선례로 남은 판결을 참고할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대법원은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 기준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처벌이 일명 '솜방망이'로 끝난다는 인식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입니다. 변해가는 시대를 반영하여 보편적 정의와 상식에 부합하는 양형 기준을 세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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